45억 년 전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소행성의 일부가 오늘 밤 지구에 도착한다.
미 항공우주국(이하 나사)은 오시리스 렉스 탐사선(OSIRIS-REx)이 소행성 베누(Bennu)에서 가져온 암석과 먼지 등을 24일 오전 10시(현지 시각, 한국 시각 24일 밤 11시)에 지구로 재진입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발사되어 장장 7년 만의 귀환이다. 나사는 샘플이 지구로 배달되는 과정을 착륙 1시간 전부터 유튜브, X(구 트위터) 등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중계한다고 전했다.
베누는 1999년 발견된 지구 근접 천체로 크기 500m의 작은 천체이다. 6년마다 지구와 근접하여 2000년대 초반 우주 망원경과 지상 망원경을 통해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베누와 같은 소행성은 지구와 달리 많은 변화를 거치지 않은 천체이다. 그 때문에 45억 년 전 태양계와 행성의 형성 당시의 모습을 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시리스 렉스 탐사선은 2018년 베누에 도착해 표면 지도를 작성했으며 2020년 소행성으로부터 시료를 채취했다. 이후 2021년 베누를 떠나 지구로 오는 여행에 올랐으며 2023년 성공적으로 지구 궤도에 진입했다.
지구 재진입 과정과 이를 위한 마지막 코스 조정
지난 17일 나사는 착륙 위치를 조정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탐사선의 궤도를 수정했다고 발표했다. 지구 상대 속도를 초당 3mm 정도 변경했는데 이는 예상 착륙 위치를 동쪽으로 12.5km 이동한 것과 같다고 전했다. 당시 탐사선의 속도는 시속 23,000 킬로 미터로 아주 정교한 계산을 통한 조정임을 엿볼 수 있다. 최종 예상 착륙 지점은 미 유타주에 위치한 사막으로 가로 58km 세로 14km 범위이다.
탐사선은 목표한 지점에서 소행성 시료를 담은 캡슐을 우주로 방출한다. 캡슐은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지구로 떨어지기 시작하며 4시간 뒤 지구 대기에 진입하게 된다. 이때 진입 속도는 시속 43,000 킬로 미터에 육박하며 지구 대기를 압축하며 별똥별처럼 불타게 된다. 캡슐 내부의 샘플은 온도 조절 장치에 의해 소행성 표면 온도를 유지한다. 하지만 외부 온도는 최대 2,700도까지 치솟는다. 고도 335km 상공에서 차례로 낙하산을 펼친 캡슐은 도착하기 직전 속도를 시속 16km까지 줄인다. 이로써 안전하게 지표에 샘플이 도착하게 된다.
역대 최다 시료 250g, 앞으로의 연구는?
오시리스 렉스가 준 암석과 먼지 등은 모두 약 250g으로 역대 가장 많은 양이다. 앞서 일본에서 수행된 두 번의 소행성 탐사는 각각 5.4g, 1g의 미량을 수집하는 데 그쳤다. 이 시료는 지구에 도착한 뒤, 휴스턴의 존슨 우주센터로 이송되며 이후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도 배포될 예정이다.
이 시료는 태양계 형성 당시의 모습을 연구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구 형성 초기에 부딪혔을 수많은 소행성이 현재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알아볼 수 있다. 더불어 베누의 성분을 분석해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성분과 밀도 등을 정확히 알면 지난 DART 프로젝트와 같이 소행성 외부에 충격을 주어 궤도를 일부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오시리스 렉스 탐사선의 역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캡슐을 지구로 보낸 후 새로운 소행성인 아포피스(Apophis)로 향한다. 이름도 오시리스 아펙스(OSIRIS-APEX)로 변경한다. 아포피스는 베누와 같은 지구 근접 천체로 지구와 충돌한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나사는 오시리스 렉스 호 외에도 프시케, 루시 등의 소행성 탐사선을 활용해 다양한 연구를 이어갈 전망이다.
작성 : 별바다신문 이봄 교육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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