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나요? 세계의 종말 또는 세계가 멸망할 만큼의 큰 재앙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영화나 소설의 소재로 자주 사용되고는 하죠. 강한 지진이 발생한다거나 소행성이 충돌하고, 높은 파도가 덮쳐오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나갈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지금부터 인간 문명이 파괴된 지구에서 하늘에 떠 있는 천체들만 보면 알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지구에서의 나의 위치를 특정하고 지금이 어떤 계절인지, 대략 몇 월인지 알아봅니다. 나침반이나 GPS 같은 도구 없이도 방향을 찾고 시간을 알고, 또 목적지로 갈 수 있도록 말이죠. 필요한 건 맑은 날씨와 두 눈 뿐입니다.
지구에서의 내 위치를 표시하는 방법 : 위도와 경도
지구에서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서는 단 두 개의 숫자만 있으면 됩니다. 바로 위도와 경도 입니다. 지구는 둥그런 공 모양이기 때문에 -설마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나요? 놀랍게도 지구는 공 모양이랍니다. – 흔히 학교에서 배우는 좌표평면과는 다릅니다. 위도와 경도의 숫자들은 각도(°)를 알려주고 있거든요.
위도는 적도를 기준으로 우리가 위, 아래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나타내는 위치입니다. 적도를 0°로 하고 적도에서 남북으로 멀어질수록 숫자가 커지며, 북극을 90°N, 남극을 90°S로 표시합니다. 서울은 적도로부터 북쪽으로 약 37° 올라와 있으므로 37°N이라 표시하고, 북위 37도라고 읽습니다.
경도는 본초 자오선을 기준으로 우리가 좌, 우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나타내는 위치입니다. 위도와는 달리 경도는 명확한 기준점이 없습니다. 그래서 인간이 만들었죠. 예전부터 활발한 해상활동을 펼친 나라 영국입니다. 런던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0°로 하고 여기서 동서로 멀어질수록 숫자가 커지며, 서쪽 제일 먼 곳을 180°W, 동쪽 제일 먼 곳을 180°E로 표시합니다. 서울은 그리니치 천문대 기준 동쪽으로 127° 떨어져 있으므로 127°E이라 표시하고, 동경 127도라고 읽습니다.
내가 있는 곳의 위도 알기 : 북극성
위도를 아는 것은 매우 간단합니다. 아주 유명한 별 하나만 찾으면 되죠. 바로 북극성입니다. 북극성은 움직이지 않는 별로 그 이름처럼 북쪽 방향을 알려줍니다.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심지어 낮에도 그 자리에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죠. -사실은 조금은 움직이긴 합니다만… 별로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에요. 지금은 아포칼립스 상황이니 이정도는 봐주자구요. – 북극성을 따라가다보면 북극에 도착하게 되는데요. 이 때는 북극성이 어디에 있을까요? 이미 지구에서의 북쪽 끝에 도착했으니 북극성을 사라질까요? 놀랍게도 머리 위에 위치하고 있답니다.
둥근 지구의 여기 저기에서 북극성을 보게 되면 위치에 따라 높이가 달라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땅으로부터의 각도를 ‘고도’라 합니다. 북극에서는 머리 위에 있으니 고도 90°, 적도에서는 지평선 근처에서 보이니 고도 0°입니다. 북극이 90°, 적도가 0°라니, 어디서 많이 보던 것이네요. 바로 위도입니다. 위도 역시 북극이 90°N, 적도가 0°였었죠. 놀라운 사실! 북극성의 고도와 위도는 같습니다. 서울을 예로 들자면, 위도가 37°N이니 북극성의 고도 역시 땅으로부터 37° 입니다.
복잡하게 증명하자면 여러 선을 그려봐야겠지만, 일단 북극성의 고도와 위도가 같다는 사실만 잘 기억해 둡시다. 이제 문제는 1. 북극성을 정확히 찾고 2. 이 별의 고도를 재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진 2. 위도 별 북극성의 위치
북극성을 찾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계절과 시간에 따라 보이는 두 별자리를 활용해서 찾는 것입니다. 왜 굳이 별자리를 활용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겠습니다. 북극성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빼면 개성이 없다고 말이죠. 딱히 엄청나게 밝은 별도 아니고 눈에 띄는 별자리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잘 알고 있고 또 잘 찾을 수 있는 두 개의 별자리를 이용하겠습니다. 북두칠성(큰곰자리)과 카시오페이아자리입니다. 사진 3에서 볼 수 있듯 북극성은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자리의 특정 별을 기준으로 이은 선 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두 별자리는 도시 불빛 속에서도 잘 보이는 편이니 평소에도 한 번 찾아보세요.
하늘을 보면 북두칠성이나 카시오페이아자리 둘 중 하나는 무조건 보입니다. 평균적으로 봄과 여름에는 북두칠성이, 가을과 겨울에는 카시오페이아자리가 잘 보이지만 그것 역시 시간에 따라 다르니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알고 있으면 좋겠죠.
만약 남반구라면 남극성을 찾으면 됩니다만, 남극성은 그닥 밝지 않은 북극성보다도 훨씬 어둡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없습니다. 더불어 남반구의 별자리들은 북반구에 사는 우리에게는 너무 낯설기도 하구요. 남극성은 팔분의자리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별자리를 찾아 대략적인 위도를 구해볼 수는 있습니다. 되도록이면 남반구에서 길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럼 북극성을 찾았으니 고도를 구해볼까요? 고도 역시 각도입니다. 땅으로부터 몇 도 정도 떨어져 있는지 구하는 것입니다. 어렸을 적 사용하던 각도기를 떠올리면 쉽답니다. 하늘의 각도는 직접 각도기로 잴 수 없기 때문에 쉽게 가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손을 사용하는 것인데요, 팔을 쭉 뻗은 상태에서 한 뼘 = 20°, 주먹 = 10°, 세 손가락 = 5°, 약지 = 1°랍니다.
- 북극성을 찾자.
- 북극성의 고도를 구하자.
- 나의 위도는 북극성의 고도와 같다.
- 되도록 남반구에서는 길을 잃지 말자.
내가 있는 곳의 경도 알기 : 시계
위도는 북극성을 찾으면 해결이 되는 간단한 문제지만 – 북극성을 찾을 줄 알고, 그 고도를 가늠할 줄 알아야 합니다. 간단하죠? – 경도는 쉽게 알 수 없습니다. 지구는 위 아래로는 구르지 않지만 옆으로는 굴러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전하는 것이죠. 지구가 데굴데굴 굴러가면 그 안에 사는 인간들이 보는 건 빙글빙글 돌아가는 하늘입니다. 회전 목마에 타고 있는 사람이 주변의 움직이는 풍경을 보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바깥 풍경만 보고 내가 기준점인 화려한 마차로부터 몇 번째 말에 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까요? 지구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준점인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내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돌아가는 하늘을 보고 어떻게 알아내야 할까요.
옛 항해사들은 굉장히 복잡한 천문항법을 이용해서 경도를 구했다고 합니다. 복잡하면서 심지어 정확하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우리는 이 방법을 쉽게 터득할 수 없습니다. 너무 계산이 많아요. 육분의를 쉽게 구할 수도 없구요. 하지만 이 시련도 시계 하나만 있으면 해결됩니다. 물론 항해사들 역시 정확한 시계가 나오면서 복잡한 천문항법도 점점 사용하지 않게 되었답니다. – 지금 항해사들은 GPS라는 첨단 인간 문명을 사용합니다. – 우리는 시계 하나만 이용해서 간단하게 경도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시간을 이용하려면 일단 손에 손목시계 하나 쯤은 차고 있어야 합니다. 더불어 한국 시간의 시계여야 하죠. 물론 꼭 한국이 아니어도 괜찮지만 어느 나라를 기준으로 맞춰진 시계인지는 알아야 합니다. 시계가 잘 갖춰져 있다면 90%는 끝났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아포칼립스 상황을 대비해 꼭 시계를 하고 다니길 추천하겠습니다.
앞서 말했듯, 지구는 자전합니다. 하루에 한 바퀴 씩 돌고 있죠. 정오, 즉 태양이 가장 높게 뜨는 순간은 나라마다 – 경도마다 – 달라지게 됩니다. 아시아 대륙을 예로 들면, 가장 동쪽의 일본에 정오가 가장 먼저 찾아오게 되고 순서대로 한국, 중국, 인도, 튀르키예 순서로 정오를 맞이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각 경도에 위치한 나라 별로 세계시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경도 기준점인 그리니치 천문대가 있는 영국을 세계시 기준으로 삼고 이 시간을 GMT(Greenwich Mean Time, 그리니치 평균시) 또는 UTC(Coordinated Universal Time, 세계 협정시)라 합니다. – 엄밀히 말하면 둘은 다른거지만, 역시 별로 신경 쓸 정도는 아닙니다. 지금은 아포칼립스 상황이란 걸 기억하세요! – 대략 지구가 24시간에 360°를 돌고 있으므로 1시간에 약 15°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경도가 15° 차이가 나면 시간대도 1시간 차이 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경도는 127°E로 대략 127°=15° x 8.5라 세계 협정시와는 8시간 30분 차이 나야 하지만 편의를 위해 일본과 같은 UTC+9를 사용합니다. 세계 협정시(UTC)에서 아홉 시간을 더하면 우리가 사용하는 시간이라는 뜻입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나의 경도를 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시계를 9시간 반대로 돌립니다. 지금부터 내 시계는 세계 협정시를 알려줍니다. 만약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시간대의 시계를 가지고 있다면 역시 그에 맞춰 세계 협정시를 나타내는 시계를 만들어줍니다. 경도에 따라 시간대가 달라진다는 것은 경도에 따라 정오가 다를 때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1시간에 15°라는 것만 알면 세계 협정시가 있는 영국, 즉 경도 0°와 내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 지 쉽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세계 협정시와 비교할 현재 위치의 시간을 구합니다. 지금 있는 곳에서 열심히 시계를 구해봐도 좋겠지만 없다면 하늘을 보면 됩니다. 우리는 별을 보고 위도, 경도를 찾는 방법을 알고 싶으니 안타깝게도 현지 시계를 구하지 못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밤하늘이 아닌 낮에 뜨는 천체를 이용합니다. 바로 태양이에요. 밤에 뜨는 별들은 각기 다른 시간에 남중하기 때문에 시간을 알기 어렵습니다만 태양은 언제나 특정 시간을 알려줍니다. 태양이 가장 높게 뜨는 때, 즉 정오입니다. 정오를 정확히 알기 위해 그림자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습니다. 그림자가 가장 짧을 때가 정오입니다.
정오가 되었으면 이제 내가 가진 세계 협정시 시계와 비교해봅시다. 지금 정오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협정시 시계는 오후 3시 정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는 내가 세계 협정시보다 세 시간 더해진 UTC+3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 1시간에 15°정도 차이가 나니 지금 나는 45°E(동경)에 있다는 말이겠군요.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정오에 관찰한 세계 협정시 시계가 오전 7시입니다. 이는 내가 UTC-5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으로, 경도 75°W(서경)입니다. 세계 협정시보다 더해진다면 동경, 적다면 서경입니다.
- 세계 협정시 시계를 만들자. 대한민국 시계에서 -9시간.
- 태양이 가장 높게 뜨는 정오를 이용해 현재 위치의 시간을 알아내자.
- 세계 협정시와 현지 시간을 비교해 나의 경도를 구할 수 있다. (정오에 세계 협정시가 오후,pm이면 동경, 오전, am이면 서경이다.)
지구에서 하늘에 떠 있는 천체만 보고 나의 위치를 알아봤습니다. 물론 여기가 강남인지 강북인지를 알 만큼 정교하지는 않습니다만 아무것도 없을 때에는 별만 보고도 대략적인 위치를 알 수 있다는 것이 큰 방향을 알려주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step1에서는 지구에서의 위치, 위도와 경도를 구하는 방법을 알아봤으니 step2에서는 천체를 관측해 대략적인 날짜를 가늠하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작성 : 별바다신문 이봄 교육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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