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끝났나?’ 아직은 겨울의 잔향이 남아있지만, 저녁 하늘이 어제보다 조금 더 밝아졌어요. 퇴근길을 걷다 보면 문득 착각이 들어요. ‘내가 일을 일찍 마쳤던가?’ 아니요. 저는 늘 같은 시간에 퇴근했는데, 사실은 태양의 퇴근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는 거예요. 봄이 오고 있는 거죠.

봄이 온다는 것은 낮이 길어진다는 거예요. 낮이 길어진다는 것은 우리가 더 오랫동안 태양빛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이 빛은 언제, 어떻게 변하는 걸까요?
빛의 타이밍
지구상의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 있어도 서로 다른 순간에 아침을 맞이해요. 서울에 사는 사람은 워싱턴에 사는 사람보다 14시간 더 일찍 아침 햇살을 받아요. 지구는 자전축을 중심으로 일정한 속도로 자전하며 낮과 밤을 만들기 때문에, 서로 다른 경도상에 있는 지역은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다르답니다.

빛의 양
어느 곳에서는 한여름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지지 않는 하얀 밤이 계속돼요. 태양이 퇴근을 하지 않고 수개월 동안 일하다 보니 그곳은 매우 뜨거울 것 같지만, 사실은 무지 추운 극지방이에요. 태양빛이 비스듬히 들어오며 지구 대기에서 많이 손실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비추어도 따뜻해지지 않는 거죠. 반면, 한겨울에는 태양이 아예 출근을 하지 않아요. 빛 한줄기조차 없는 춥디추운 긴긴 밤이 내려앉는 극야가 이어진답니다.

또, 어느 곳에서는 한여름 태양이 머리 꼭대기까지 떠올라 모든 것을 뜨겁게 비추어요. 태양빛이 수직으로 들어와 지구 대기에 의한 손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곳은 1년 내내 강렬한 태양빛으로 뜨거워요. 바로, 적도 지방이에요. 그리고 극과 극의 두 지방 사이에 있는 우리나라는 1년 내내 온난하죠. 이처럼 서로 다른 위도상에 있는 지역은 빛을 받는 양이 다르답니다.

빛의 변화
하지만, 우리나라는 1년 동안 무려 4번의 변화를 겪어요. 지구가 23.5도 삐딱하게 기울인 자세로 태양을 공전하기 때문이죠. 이 작은 기울기가 사계절을 만들고, 낮과 밤을 변화시켜요. 여름이면 태양이 높게 떠올라 세상을 오래 비추고, 겨울이면 낮게 걸려 짧은 빛을 남겨요. 그리고 그 사이, 봄과 가을에는 낮과 밤이 같아지는 순간이 찾아와요. 바로, 춘분과 추분이죠.


오는 3월 20일이 바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이에요. 지금부터 아침이 점점 빨라지고 저녁의 시작이 늦어지는 걸 직접 느껴보세요. 사실 우리 몸은 이미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있을 거예요. 아침이면 조금 더 일찍 눈이 떠지고, 밤이 와도 쉽게 잠들지 못하죠. 우리의 뇌는 태양빛을 감지하고, 낮과 밤의 리듬을 조율한다고 해요. 심장도, 피부도, 모든 장기가 이 빛의 흐름을 기억하고 있죠.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자, 우주의 한 조각이기 때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