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들은 어둡고 조용한 하늘을 원한다. ‘한국 천문학회’, DQS 보호 지지 성명서 발표

Dark and Quiet Skies(이하 DQS), 어둡고 조용한 밤하늘.

천문학자들은 밤다운 밤, 까만 밤, 아무 잡음도 없는 고요한 밤을 원한다.

밤하늘은 얼핏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해와 달은 정해진 시간에 뜨고, 별은 책과 인터넷 속 기록된 모습에서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최소 인간이 관심 있게 보고, 기록한 역사 동안 밤하늘은 그 자리 그대로 변함없는 것만 같다. 하지만 50년 전의 밤하늘과 오늘의 밤하늘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넓은 평야에 커다란 도시가 세워진 것만큼의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약 380,000km)이나 겨우 가 본 생명체인 인간은 이 광활한 우주에 무슨 짓을 한 것일까.

이미지 출처: NASA. Rendered 3D illustration

1957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되었다. 40억 년 이상 홀로 지구 주변을 돌던 달에 이어 드디어 두 번째 위성이 생긴 것이다. 인공위성 추적 웹사이트 Orbiting Now에 따르면, 스푸트니크 1호 이래 약 70년이 지난 지금, 하늘에 약 12,000개의 인공위성이 사용 중이다. 사용하지 않는 위성과 그 잔해까지 포함하면 수만 개의 인공위성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고 추측된다.

수많은 위성은 인간에게 편리한 일상을 제공해 주지만, 천문학자들에게는 조금 다르다. 수만 개의 인공위성이 밤하늘을 가리는 것은 우주 망원경이나 국제 우주 정거장과 같은 인공위성들이 연구를 돕던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저 위성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같이 발전할 줄만 알았던 천체 관측은 이제 위성 기술에 의해 방해를 받고 있다.

희미한 별빛을 감지하기 위해 밤하늘 한구석을 오랜 시간 바라보게 되면, 별 앞으로 눈부신 인공위성이 지나간다. 유성우를 관측하기 위해 타임랩스 카메라를 설치하면 줄지어 하늘을 이동하는 인공위성이 담긴다. 별이 빛날 수 있게 어두웠던 밤하늘을 인공위성이 밝히기 시작했다. 위성이 내 머리 위로 지나갈 때는 우리 귀에 들리지 않는 전파도 하늘을 채운다. 듣는 사람은 정해져 있어도 인공위성은 누가 듣고 있는지 모른다. 그저 허공에 들릴 때까지 외칠 뿐이다. 밤하늘은 절대 고요하지 않다.

이미지 출처: CLIFF JOHNSON/CLARAE MARTÍNEZ-VÁZQUEZ/DELVE.

천문학자들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어둡고 조용한 하늘 보호’란 인공적인 빛 공해와 전파 간섭을 줄여 천문 관측과 인간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활동이다. 국제천문연맹( IAU)은 2022년 ‘어둡고 조용한 하늘 지킴이 센터(CPS, Center for the Protection of the Dark and Quiet Skies from Satellite Constellation Interference)’를 출범하여 국제적으로 관련 문제를 알리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곧 국제천문학회를 넘어 UN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최근 UN의 우주 공간 평화 이용 위원회에서 DQS를 2025년부터 5년간 공식 의제로 논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국제적 가이드라인이나 규범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한국천문학회는 작년 8월 제32회 국제천문연맹 총회에서 채택된 ‘어둡고 조용한 하늘 보호’를 지지하고자 지난 3일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천문학회는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우주 활동의 중요성을 알리는 역할을 하며, 관련 국내외 단체 및 기구와 협력 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어둡고 조용한 하늘(Dark and Quiet Skies) 보호를 위한 성명서

한국천문학회는 “어둡고 조용한 하늘(DQS; Dark and Quiet Skies)” 보호에 관한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우주항공청이 보다 실천적인 정책을 수립할 것을 제안합니다.
뉴 스페이스 시대로 대변되는 21세기 우주 탐사와 우주 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은 인류의 미래에 큰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민간 기업에 의한 우주 통신 기술의 발전과 연관 산업에 대한 파급으로부터 인류의 복리 증진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군집 위성을 활용한 통신은 지구 구석구석을 실시간으로 연결하여 통신에 대한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매우 중요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군집 위성의 반사광으로 인해 밤하늘이 밝아져서 지상 광학 망원경의 천체 관측에 지장을 초래하며, 전파 간섭으로 인해 지상 전파 망원경을 이용하여 우주 전파를 관측하는 과학 활동에 장애를 일으킵니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보호하는 것은 비단 천문학만이 아니라 인류의 문화적, 심미적 유산을 보존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정체성과 상상력을 유지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합니다. 지속 가능한 우주 개발을 위해서는 이러한 점을 반드시 고려하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우려에 따라 2024년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개최된 제32차 국제천문연맹 총회에서는 “위성의 유해한 간섭으로부터 어둡고 조용한 하늘 보호(Protection of the Dark and Quiet Skies from Harmful Interference by Satellite)”라는 제목의 결의안이 채택되었습니다. 또한 2023년 6월 개최된 유엔 우주 공간 평화 이용 위원회(United Nations Committee on the Peaceful Uses of Outer Space)에서 대한민국 대표단은 “어둡고 조용한 하늘(DQS)” 보호를 지지하는 입장을 천명하였고, 2024년 2월 같은 회의에서 이를 재확인한 바 있습니다.
한국천문학회는 국제천문연맹의 회원 단체로서 “어둡고 조용한 하늘(DQS)” 보호에 관한 결의안을 적극 지지하며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하며 조화로운 우주 개발을 위해 관련 국내외 기관 및 단체와 협력하여 활동을 펼칠 것입니다. 이에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사회에서 “어둡고 조용한 하늘(DQS)” 보호 의제에 대해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을 하기를 희망합니다.

2025년 2월 3일
사단법인 한국천문학회
학회장 박병곤

참고 자료:
1. 인공위성 추적 웹사이트 Orbiting Now
2. 한국천문학회, 어둡고 조용한 하늘(DQS) 보호 지지 성명서 발표

‣ 작성 : 별바다 신문 이봄 주임연구원 ( spring@astrocamp.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