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으스스한 분위기의 포스터들은 뭘까요? 새로운 공포 영화가 개봉하는 걸까요? 그랬다면 좋았겠지만, 이 빈티지 공포 영화 포스터는 나사에서 할로윈 기념으로 공개한 것입니다. 2020년 3개의 포스터가 공개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고, 현재는 9개까지 늘어났습니다. 마치 공상 과학 공포 영화의 홍보 포스터 같은 이 이미지들을 실제로 NASA 관계자들의 과학적 자문을 받아 만들어져 실제 과학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모든 포스터 구석에 있는 ‘Based on Real Science(실제 과학에 근거함)’ 표시를 찾아보세요. 그럼 9개의 포스터 속 담긴 이야기들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이 비운의 세계는 ‘언데드 항성’인 펄서(Pular)를 돌고 있습니다. 포스터 속 펄서’PRSB1257+12’는 최초로 외계 행성이 발견된 곳입니다. 외계 행성이 태양과 같은 주계열성에만 존재할 것이라는 천문학자들의 추측이 틀린 순간이었어요. 이 펄서를 돌고 있는 행성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나 포베토르(Phobetor), 드라우그(Draugr)와 같은 펄서 행성들은 별의 중심부에서 나오는 일정한 방사선에 의해 서서히 증발합니다. 은하계에서 가장 황량한 장소 중 이곳에서는 언데드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주 저 깊은 곳, 죽은 두 별의 핵이 격렬하게 합쳐지며, 치명적이고 또 우주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알려진 빛을 내뿜고 있습니다. ‘감마선’입니다. 이 파멸의 광선은 옆에 존재한다는 것으로 피해를 보는 주변의 불행한 천체들에 태양 광선의 백만 조 배에 달하는 빛을 무려 30초 동안 내뿜습니다. 어떤 우주선인들 이런 강력한 감마선의 폭풍 속에서 안전하지 않을 것입니다. 포스터 속 제작자가 NASA의 페르미 우주 망원경이라는 게 재밌습니다. 이 망원경은 감마선을 감지하거든요!
이 오싹하고 귀신 들린 것 같이 소름 끼치는 은하는 이상하게도 빅뱅 이후 불과 몇 십 억 년 만에 별 만드는 것을 중단해 버렸습니다. 지구로부터 약 100억 광년 떨어진 은하 ‘MACS 2129-1’입니다. 2017년 발견된 이 죽은 은하는, 우주 초기에 형성됐지만 이제는 붕괴하는 별들의 붉은 빛으로 이루어진 우주 공동묘지일 뿐입니다. 만약 누군가 용감하게 이 세계로 들어간다면, 외계 행성들의 으스스한 시체나 한때는 빛났었던 별들의 마지막 죽음을 맞닥뜨리게 될 것입니다.
우주 구석구석 뭔가 이상하고 신비한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걸 ‘암흑 물질’이라 부릅니다. 암흑 물질은 우주 기본 뼈대를 이루는 거미줄 구조에 넓게 퍼져있습니다. 이는 눈으로 볼 수 없고, 오직 밀고 당겨지는 물체들을 관측하며 그 존재를 추측할 뿐입니다. NASA의 로마 우주 망원경은 이 비밀을 조사합니다. 2027년 발사되어 10억 개가 넘는 은하들을 관측할 이 우주 망원경은 어떤 것들을 밝혀낼까요?
시그너스X-1블랙홀의 식사 시간. 오늘의 메뉴는 당신입니다! 지구에서 약 6,000 광년 떨어진 우리은하 속 어딘가, 시그너스X-1이라는 괴물이 살고 있습니다. 태양 질량의 14.8배의 질량을 가진 이 블랙홀은 강력한 중력으로 주변 어떤 것이든 마음대로 주무를 것입니다. 시그너스X-1은 주변 별을 간식 삼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마세요! 어쩌면 당신이 다음 식사가 될 수도 있거든요!
아래 오른쪽에 조그맣게 NASA ‘누스타’와 ‘찬드라 우주 망원경’이 적혀있습니다. 두 망원경 다 X선을 감지하는 망원경으로 주변 천체를 잡아먹는 블랙홀을 찾을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힘이 우주 전체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이 힘은 우주가 빠른 속도로 팽창하게 만들어요. ‘암흑 에너지’라고 불리는 이 끊임없는 압력은 ‘암흑 물질’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암흑 물질’은 오직 끌어 당겨지는 중력에 의해 발견되죠. 2023년 발사된 유럽 우주국(ESA)의 ‘유클리드 우주 망원경’은 암흑 우주의 구성과 진화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외계 행성 HD80606 b는 극단적인 타원 궤도를 돌고 있습니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지냐구요? 별에 가까워졌다 멀어지며 울부짖는 소리가 퍼지고, 초음속 바람이 불며, 충격파 폭풍이 온 행성을 감쌉니다. 111일 주기의 이 무시무시한 여정은 1,100도까지 대기를 끓이며 지옥 같은 낮과 밤을 만들어냅니다. HD 80606 b는 이 불타오르는 끔찍한 악몽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푸른 별은 다 지구처럼 살기 좋을까요? 속지 마세요! HD 198733 b의 날씨는 치명적입니다. 아름다운 코발트 블루빛은 유리로 겹겹이 덮인 구름이 포함된 흐릿한 대기에서 비롯됩니다. 몰아치는 바람은, 이 유리를 초속 2km로 날려버리고, 나선형으로 부는 유리 바람을 맞는다면 마치 믹서기 안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무자비한 슬래셔 행성은 무엇이든 백만 갈래로 나눠버릴 것입니다!
지구로부터 32광년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AU Microscopii가 있습니다. 천문학자들이 발견한 젊은 행성계 중 하나지만, 그곳은 악랄하고 끔찍한 분노로 가득한 곳입니다. ‘미운 2살’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AU Mic는 미운, 아니 ‘미친 2,200만 살’입니다! 악마 같은 젊은 항성계는 어스름한 먼지 원반 안에 행성 AU Mic b를 포로로 가두고 치명적인 엑스선과 다른 방사성 폭발로 행성을 괴롭히며, 이곳에 생명이 탄생할 기회조차 주지 않습니다. 알아두세요. 그리고 조심하세요. 이 항성계의 분노를 피할 곳은 없습니다. AU Mic의 괴물 같은 불꽃은 오히려 영원한 어둠을 구걸하게끔 할 것입니다.
‣ 작성 : 별바다 신문 이봄 주임연구원 ( spring@astrocamp.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