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가장 처음으로 관측한 위성 ‘달’
‘위성’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무엇인가 묻는다면, 어떤 사람은 인공위성을 떠올릴 것이고, 어떤 사람은 달을 떠올릴 것이다. 위성은 행성 주위를 도는 천체나 기계 따위를 부르는 말이니 인공위성이나 달 모두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인간이 편의를 위해 수천 개의 인공위성을 띄웠지만, 지구의 위성의 개수가 몇 개냐 물으면 모두 하나라 대답할 것이다. 지구의 유일한 자연 위성 ‘달’. 인간이 매일 밤하늘을 올려다보게 하고, 달의 바뀌는 모양에 따라 생활하며, 수만 가지의 이야기를 만든 주인공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달을 가진 것처럼 다른 행성들도 위성을 가졌을까. 인간은 다른 행성에도 우리 같은 ‘달’이 있다는 걸 언제부터 알고 있었을까.
지구가 아닌 행성에서 위성을 발견하다.
달이 아닌 위성을 처음으로 관측한 건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1610년 직접 만든 망원경을 이용해 목성을 관측하던 중 그 주변에서 일렬로 늘어선 천체들을 발견한다. 갈릴레이의 발견은 그의 저서 Sidereus Nuncius(시데리우스 눈치우스, Starry Messenger, 별의 사자)에 기록되어 있다. 작은 점처럼 보이는 4개의 천체는 목성의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으며 이는 마치 달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모습이었다. 최초로 다른 행성에서 위성을 발견한 것이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 주위를 도는 천체를 최초로 발견하며 당대 우주론을 흔들었다. 당시 사람들이 믿었던 우주는 하늘에 있는 모든 천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도는 모습-아리스토텔레스의 천동설-이다. 그러나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찾은 위성들은 우주의 중심이라 생각했던 지구가 아닌 뜬금없이 목성의 주위를 돌고 있다. 이는 기존 우주론을 정면으로 맞서며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는 우주관-코페르니쿠스의 천동설-을 뒷받침해 준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다른 행성에도 이 같은 위성들이 발견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후 1655년, 네덜란드 천문학자인 크리스티안 하위헌스가 토성의 위성 타이탄을 최초로 발견한다. 갈릴레이의 4대 위성 이후로 두 번째 발견이다. 100여 년이 지난 1781년, 윌리엄 허셜은 천왕성의 존재를 발견하고 이어 1787년 천왕성의 위성 티타니아와 오베론을 발견한다. 1846년, 윌리엄 러셀이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을 발견한다. 의외로 화성의 위성을 늦게 발견했는데, 1877년 아사프 홀에 의해 포보스와 데이모스가 발견되었다. 아마 다른 행성의 위성과는 달리 화성의 위성은 모행성에 비해 비교적 작기 때문일 것이다.
이로써 지구보다 바깥에 있는 모든 천체에서 위성이 하나 이상 발견된다. 지구보다 안쪽에서 도는 수성과 금성은 위성이 없다.
수 세기 전의 천문학자들과 21세기 천문학자들은 사실 그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 망원경이 집 앞 마당에서 먼 곳으로 장소를 옮겼을 뿐이다. 높은 산이나 사막, 또는 인공위성으로 옮겨진 망원경은 지구 대기의 영향이나 도시의 빛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천체의 모습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더불어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빛을 감지하기도 한다. 최근 발견된 목성과 토성의 위성들은 고도 4,000m 이상의 하와이 마우나 케아에 위치한 스바루 망원경을 이용했다. 또 허블 우주 망원경이 2013년 해왕성의 위성(히포캠프)을 발견하기도 했다.
망원경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위성을 찾을 수 있다. 바로 가서 보는 것. 물론 인간은 달 너머에 가 본 적이 없다. 달에 간 것도 50년이 훌쩍 넘는 옛날이니 인간이 직접 가지는 않고 우주에서 인간의 손발이 되어주는 탐사선을 이용한다. 하지만 이 방법은 직접 행성까지 탐사선을 보내야 하는 일이므로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가장 최근에 탐사선을 이용해 발견한 위성은 2009년 토성의 카시니 탐사선(그림)이 발견한 S/2009 S1이다.
태양계에서 가장 위성을 많이 가진 행성은…?
그렇다면 현재 태양계에서 가장 위성이 많은 행성을 이야기해 보자. 앞서 말했듯 수성과 금성에는 위성이 없다. 지구는 하나, 화성은 두 개(포보스, 데이모스)다. 목성형 행성(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은 고리를 가진 행성들로 많은 위성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아쉽게도 근 10년 동안 천왕성과 해왕성에서는 새로 발견되는 위성이 없었지만, 목성과 토성은 위성 발견의 ‘핫플레이스’라고 말할 수 있다.
1600년대부터 목성과 토성은 태양계 위성 1등 자리를 놓고 겨뤄왔다. 2000년대 들어 기술이 발달하며 목성과 토성에서 위성들이 대거 발견된다. 지난 2월 목성에서 한 번에 12개의 위성이 발견되며 총 위성 개수 92개로 태양계에서 위성이 가장 많은 행성으로 자리매김하는 듯했다. 하지만 왕좌에 앉은 것도 잠시, 3개월 만인 2023년 5월 미국 카네기 과학 연구소의 천문학자 스콧 셰퍼드(Scott Sheppard) 팀과 대만 Academia Sinica 천체 물리학 연구소의 에드워드 에쉬톤(Edward Ashton) 팀은 합쳐서 62개의 위성을 토성에서 새로 발견하며 곧바로 토성에 그 자리를 뺏기게 된다. 2023년 8월 현재 목성의 위성 개수는 95개 토성의 위성 개수는 146개로 토성이 한참 앞서는 중이다.
이 기록이 깨지려면 목성에서 50개 넘는 위성을 찾아야 하니 한동안 토성이 태양계에서 위성이 가장 많은 행성 타이틀을 유지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진짜 토성의 위성이 가장 많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에쉬톤 박사는 목성형 행성들에 수천 개의 불규칙 위성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토성에서 불규칙 위성이 더 많이 발견된다며 앞으로 목성과 토성의 위성 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과연 목성이 다시 토성을 제치고 태양계에서 가장 위성이 많은 행성 타이틀을 탈환할 수 있을 것인지 앞으로의 발견이 기대된다.
참고 :
1. Solar System Exploration, NASA
2. Our Moon, 국제천문연맹
3. Planetary Satellite Discovery Circumstances, JPL
4. With 62 Newly Discovered Moons, Saturn Knocks Jupiter Off Its Pedestal, 뉴욕타임즈
작성 : 별바다신문 이봄 교육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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