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지구가 아닌 곳에서 비행한 ‘인제뉴어티’, 화성에서의 시작과 끝

화성 탐사선 퍼서비어런스와 아래쪽의 인제뉴어티. 일러스트레이션. NASA/JPL-Caltech

지구가 아닌 행성에서 역사적인 비행을 성공시킨 인제뉴어티(Ingenuity : 독창성)의 미션이 지난 달 마무리 되었습니다. ‘화성 2020’ 미션을 주관한 NASA의 국장인 빌 넬슨은 지난 1월 25일 화성의 작은 헬리콥터인 인제뉴어티가 마지막 비행을 마쳤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어 계획보다 오랜 시간 동안 수행된 많은 비행을 통해 미래에 있을 화성 유인 탐사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언급하며 앞으로의 화성 탐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2021년 있었던 첫 비행부터 마지막 비행까지, 인제뉴어티의 처음과 끝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퍼서비어런스 탐사선에서 분리되는 인제뉴어티의 모습. 2021년 3월 26일부터 4월 3일까지. NASA/JPL-Caltech

인제뉴어티는 화성에서의 비행을 시험하기 위한 작은 헬리콥터로, 2020년 발사된 탐사선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 : 인내)에 실려 화성으로 향했습니다. 2021년 성공적으로 퍼서비어런스와 분리되었습니다.

화성은 지구보다 작은 행성입니다. 그 때문에 중력은 지구보다 작고, 대기는 지구보다 옅은 극한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구에서 무게 1.8kg이었던 인제뉴어티는 화성에서는 0.68kg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구 대기가 100%라고 했을 때, 화성은 겨우 1%의 대기를 가지고 있죠. 이런 희박한 공기 속에서 비행하기 위해 인제뉴어티는 두 쌍의 날개를 분당 2400회에서 2900회까지 회전시킵니다. 적은 양의 대기는 밤의 온도를 영하 90도까지 떨어트리기 때문에 첫 번째 밤이 인제뉴어티의 첫 번째 시련이었을 정도입니다.

첫 번째 비행을 하는 인제뉴어티, 탑재된 카메라에 인제뉴어티의 그림자가 담겨있다. NASA/JPL-Caltech

역사적인 첫 번째 비행은 2021년 4월 19일(미국 중부 표준시간), 퍼서비어런스의 미션 58일 째(sol. 58)에 이루어집니다. 공중으로 똑바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수직 비행을 약 39초간 수행했으며 고도 3m까지 상승했다가 안정적으로 착륙에 성공했습니다. 인류 최초로 다른 행성에서의 비행을 성공시킨 것입니다. 퍼시비어런스가 착륙한 예제로 크레이터(Jezero crater)에서 인제뉴어티가 비행에 성공한 지역을 인류 최초로 비행기를 발명했던 라이트 형제의 이름을 따서 Wright Brothers Field라 이름붙였습니다.

2022년 4월 19일, 26번째 비행에서 인제뉴어티가 찍은 버서비어런스 착륙 지점. 인제뉴어티의 그림자를 왼쪽 아래에서 찾을 수 있다. NASA/JPL-Caltech

계획된 5번의 비행을 훌륭히 수행한 후, 인제뉴어티는 좀 더 오래, 빨리, 멀리, 또 높이 나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12번째 비행에서는 가장 오랜 시간인 169.5초간 체공했습니다.
61번째 비행에서는 최고 고도 24m에 도달하였고,
바로 다음인 62번째 비행에서는 최고 속력 10m/s를 달성했습니다.
69번째 비행에서는 한 번에 무려 705m를 이동하기도 했습니다.

72번을 비행하며 총 128.8분간 체공했고, 17km를 이동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카메라로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을 탐사하는 모습을 포함해 다양한 화성의 지형들을 담았습니다.

퍼서비어런스는 2월 4일 인제뉴어티의 마지막 모습을 450m 떨어진 곳에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NASA/JPL-Caltech

마지막 비행은 2024년 1월 18일, sol 1035에 모래 언덕이 많은 지대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지난 비행에서 시스템 오류-명령보다 빨리 착륙함-가 있었기에 기체를 점검하기 위해 수직으로 비행했다 착륙할 계획이었습니다. 계획된 고도 12m까지 상승한 인제뉴어티는 하강 도중 통신이 끊겼습니다.

인제뉴어티는 퍼서비어런스 탐사선을 통해 지구와 교신하고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인제뉴어티의 희미한 신호라도 잡기 위해 퍼서비어런스를 마지막 비행 장소 근처로 이동시켜 데이터를 받기위해 노력했습니다. 결국 1월 24일 인제뉴어티의 미약한 신호를 수신할 수 있었습니다. 기체에 달린 카메라로 그림자를 찍어본 결과 인제뉴어티의 날개 대부분의 끝이 파손되고 구부러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모래바람이 원인으로 추측되는 통신 오류와 전원장치 오류 등으로 인해 더이상의 비행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 미션을 종료하게 됩니다.

인제뉴어티 팀은 인제뉴어티가 마지막으로 비행한 장소에 발리노르 힐즈(Valinor Hills)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는 영화 ‘반지의 제왕’ 작가인 톨킨의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가상의 장소 이름입니다.

2023년 8월 2일, 퍼서비어런스가 담은 인제뉴어티의 모습. NASA/JPL-Caltech

기존 인제뉴어티 헬리콥터의 기대 수명은 30일, 기대 비행 횟수는 5회였습니다. 하지만 2021년 최초의 비행 이후 인제뉴어티는 약 3년간 화성에서 무려 72번의 비행을 성공시켰습니다. 임무는 종료되었지만, 인제뉴어티의 비행은 드론, 풍선, 글라이더 결국에는 비행기까지 발전할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의 비행 가능성을 알려주었습니다.

화성 토양 샘플은 로켓 추진체 안에 담겨 화성 궤도를 돌고있는 귀환선에 실릴 계획이다. /NASA, JPL 유튜브 화면 캡쳐

한편, 나사는 퍼서비어런스가 수집한 화성 토양 샘플을 다시 지구로 보낼 미션을 계획 중입니다. 화성의 다음 비행체는 로켓 형태가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작성 : 별바다신문 이봄 교육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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